[퍼온글] 선교에 대한 선교사의 쓴소리
나는 한국선교가 아직 착한 일을 하는 선교(善敎)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좋은 일 곧 선한 일에 대한 봉사 활동으로 보이는 정도라는 말이다. 나라 밖에 나와서 활동하는 선교사로서 이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탈레반 무장 게릴라에 의한 한국 단기 선교팀 23명의 피랍 사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아 왔다. 드디어 인솔하던 목사 한 명이 살해되는 자리까지 사건이 발전되고 있다. 나는 목사 한 명이 희생되고 다른 사람들이 다 무사히 돌아온다면 고인의 가족에게는 매우 미안하지만 그의 죽음은 아주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때로는 탈레반 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은 무장 게릴라들의 소굴로 다닌다. 정글 속으로 들어가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그들의 수십 수백의 날카로운 시선을 한 몸으로 받기도 하고, 때로는 철거덕거리면서 총기의 노리쇠를 매만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바지춤 옆구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보여주는 무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의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쓴 소리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나는 목사다. 이미 나의 목숨은 나의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런 위험한 곳을 다녀도 괜찮다.
그렇지만 나는 어디에 가든지 무장 경호원의 보호를 받는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도자가 붙여준다. 그만큼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일이 그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심지어 모슬렘인 그들의 지도자들과 신앙의 토론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때로는 농담조로 '당신은 프라스틱 모슬렘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 그만큼 친해진 결과이다. 누구하나 내가 개신교 목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혹시 다른 무장 단체에서 나를 납치할까봐 무장 경호원을 내게 붙여주는 것이다. 농담으로 ‘내가 만약 저 A 단체에 잡히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걱정하지 마라 5,000명의 우리 군대가 당신을 다시 찾아 낼 것이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번에 납치된 23명이 몇 명을 제외하곤 다 나와 같은 선교의 사명으로 목숨을 걸고 나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무장 반군이 게릴라라면 선교는 그 보다 더한 게릴라여야 한다. 한꺼번에 그렇게 몰려다니면 ‘날 잡아 잡슈’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슬렘 지역의 선교는 광고하면서 떠들면 안 된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다니려면 경찰의 호위를 받아야 한다. 그들의 지역에는 온 마을 주민 전부가 다 탈레반이다. 농기구를 들고 농사일을 하고 있는 농부도 사실은 탈레반 게릴라다. 그들을 어수룩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문명국가의 국민 한 사람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미국의 매스컴은 한국은 교회의 명성과 부흥을 위해 선교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으며 선교사들은 더 위험한 지역을 찾아 나서므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있어 귀가 몹시 거슬리는 판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번의 사고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 하는 말로 들린다. 지난 해 중국에 가 있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목사들이 만리장성을 관광하면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목청껏 부르고, 북경 장안을 거닐면서 ‘예수 천당’을 용감하게 외치는 바람에 그만 그들의 모임이 금지된 일이다. 참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 목사들의 수준이다.
그리고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IMF 직전에 정부는 외화비상이 걸려 있는 중에서도 무려 5,500명이 이스라엘에 전세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돌아 온 것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이다. 이스라엘은 이방인의 구원이 다 이루어진 다음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긍휼을 베풀어 주시기 전에는 결코 구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성경(롬11장)을 무시하고 자기들의 생각으로 떼를 지어 가서 무력시위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선교의 수준이다. 이스라엘이 웃었다. 서방 기독교인들이 웃었다. 무모한 사람들이라고 어처구니 없어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우리의 젊은이들이 인질로 잡힌 그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축제를 한답시고 가서 찬송을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패(?)를 부리고 돌아온 것이 바로 엊그제 같다.
그러나 복음은 누룩처럼 스며들어가야 한다. 떠들고 북적댄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두 세 사람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들과 함께 살면서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소리 없이 전해져야 한다. 이런 소란스런 일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국의 오지의 산야에 묻혀 사역하는 진정한 선교사의 가치가 비방 받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진정한 봉사라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관광버스를 대절하고 플랜카드를 걸고 다닐 정도면 이미 봉사는 아니다. 그런 일은 정부나 다른 구호단체를 통해서 정식으로 그 나라의 정부기관의 협조를 받고나서 할 일이다. 나는 묻고 싶다. 왜 봉사하러 간 사람들이 그 나라의 정부기관의 협조와 보호를 받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니면 굳이 선교하러 갔다면 왜 그리 별나게 다녔는가? 점 조직으로 움직이는 게릴라들인 그들보다 더 치밀한 작전을 가지고 몇 사람씩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오히려 그 쪽에서 꾸준히 사역하는 분들의 선교에 방해가 된다. 사실 단기선교가 자신들의 담력을 키우고 무지한 행동에 대한 무용담을 만드는 유익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서 묵묵히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는지 알기나 하는지...
한국교회가 선교를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선교가 교회 명성을 높이는 일이나 교회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이런 일을 하는 좋은 교회라는 기쁨을 맛보고자 하는 일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정도는 선한 일을 통한 행복을 맛보고자 하는 정신건강을 위한 일 밖에 아니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인 향락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인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선교의 지평이 한 층 높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번에 하나님의 선한 일에 열심을 다하다가 희생된 고 배형규 목사의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글쓴이 : 쓰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