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
4. 수쿠크법 제정 반대운동
냉전체제 붕괴 이후 기독교 선교의 가장 중요한 장애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바로 이슬람이었다. 이슬람은 강력한 세력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기독교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슬람은 신자의 타종교 개종을 거부하고, 다른 종교의 선교 자유를 강력하게 제한하지만, 자신들은 강력하고 공격적인 선교를 감행하고 있다. 사실 한국 기독교는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 도중 많은 박해를 받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 와 있는 이슬람은 자유롭게 선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기독교는 이슬람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해 왔다.
보통 수쿠크법이라 불리는 이슬람채권법은 2008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추진되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외환의 다변화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 것이 소위 수쿠크 자금이었다. 원래 이슬람은 이자를 금하는데, 일부 근본주의 이슬람은 이것을 문자 그대로 지켰다. 따라서 이들은 이자를 받지 않고 대신 투자를 해서 그 배당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제도는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수쿠크 자금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원래 정부는 2009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수쿠크법을 통과시키고자 하였다. 수쿠크 자본으로 얻은 각종 이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줌으로써 수쿠크 자본의 국내 유입을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제 전문가인 이혜훈의원이 여기에 반대했다. 그 결과 정부는 수쿠크법 제정을 포기하였다. 그런데 같은해 말 이명박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순방에 나섰고, 이 순방을 통해 원전을 수주하고 수쿠크자본의 도입을 약속하고자 했다. 그래서 정부는 다시금 연말에 수쿠크법을 추진하였고,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고자 하였다.
한국 기독교는 오랫동안 이슬람 세력의 한국 진출에 대해 예의주시 하였다. 이슬람은 여러 방법을 통해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먼저 결혼제도를 통해 한국 여성들에게 접근하고, 다음으로 대학에 연구비를 제공하여 선교를 강화하며,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여기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 기독교 선교사들은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한다는 이름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한국사회가 이슬람화할 염려가 있으며, 이는 한국 기독교 선교에 상당히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여기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게 되었다.
비록 한국 기독교가 수쿠크법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종교적이지만, 수쿠크법은 단지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오히려 다종교 사회에서 정부가 특정종교에 편향적인 혜택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 수쿠크법은 그 내용에 ‘종교적인 제약을 지키면서’ 라고 명시, 세제에 특정종교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 이는 다른 종교에 주지 않는 특정종교에 대한 종교편향이라 할 수 있다. 수쿠크법에 의하면 수쿠크채권과 관련된 이자소득세, 양도소득세, 등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면제되는데, 이런 혜택은 국제적으로 관례가 없다.
또다른 문제는 수쿠크자본이 테러에 지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테러의 직접적인 위협 아래 있다. 그런데 수쿠크자본 이익금이 테러에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쿠크 자본은 샤리아위원회의 지배를 받는데, 샤리아법에 의하면 이익의 2.5%는 자선사업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샤리아법에 의하면 송금 즉시 모든 문서를 파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송금 내역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정부도 수쿠크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으므로, 테러 위험성에 노출된 자본을 들여오지 말아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이 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주일에 설교를 했으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연합기관과 크리스천 법조인들이 여기에 앞장서서 반대하였다. 아울러 야당인 민주당이 합세해 수쿠크법을 반대하였다. 결국 수쿠크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되었다. 지금까지 한국 보수 기독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논리를 강조한 나머지 수쿠크법이 갖고 있는 종교편향, 테러위협, 종교간 갈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여기서부터 한국 기독교와 이명박 정부는 상당한 거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한국은 급속하게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히 이슬람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도 상당수의 이슬람 신자들이 한국 사회에 들어오고 있으며, 이들은 강력하게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주장한다. 우리는 유럽을 통하여 유럽의 기독교 사회가 어떻게 해체되고 있는가를 보고 있다. 유럽사회는 소위 다문화주의를 강조하여 이슬람을 수용했는데, 그 결과 유럽은 기독교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진 채 이슬람이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의 관용 정책으로 인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사회는 기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최근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5. 선교사 여권발급 문제
21세기 들어 한국의 선교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가운데 하나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샘물교회 파송 단기선교팀이 피랍된 것이다. 이 단기선교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어 두 명이 죽고 22명이 귀환했는데, 이것은 뉴스를 타고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많은 사람들은 이 선교팀이 남의 문화를 무시하고 공격적인 선교를 했다고 비판하며, 기독교 선교를 제국주의적이라 공격했고, 이것을 통해 기독교 선교 전체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1990년대 이장림의 다미선교회 때문에 한국교회의 종말론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면 과연 아프가니스탄에 간 단기 선교팀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그렇게 공격적인 선교를 했으며,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선교를 했는가? 사실 나중에 단기선교팀이 돌아와서 밝힌 바에 의하면 단기선교팀은 미리 현지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선교에 임했고, 선교지에서도 현지 문화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또 아프카니스탄은 비록 위험지역이었지만 여행금지구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교를 떠난 것도 아니었다. 아울러 이들이 이곳에 가서 선교한 내용도 봉사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언론을 통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그 후 한국사회에서는 기독교 선교사들을 남의 나라에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공격적인 선교의 주동자로 이해하게 되었고, 이것을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9년 여권법을 개정하여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여권을 제한해 미연에 문제를 방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잠복되었던 여권제한법이 2010년 말 여권법시행령 개정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외교통상부는 2010년 12월 29일 여권법시행령 개정인을 입법 예고하였다. 여권법 시행령 23조에 2항을 신설하여 ‘외국에서의 국위손상자에 대한 여권 발급, 또한 재발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 대해 1-3년 동안 여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에서 국위손상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일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마약이나 성범죄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는다면 이런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국의 정치적인 안정을 위하거나 자국 문화의 배타적 보호를 위해 인류 보편적인 종교·표현·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가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 활동을 하는 선교단체나 NGO, 인권단체들은 이들 정부로부터 형벌을 받거나 추방될 수 있다.
이렇게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을 국위손상자의 범주에 넣는다면 이것은 해외선교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경우 인류의 문화 증진을 위해 값진 희생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형사상 파렴치범과 동일시하여 대한민국 정부에서 여권자체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우선 한국 선교계는 이런 외교통상부의 움직임에 대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선교단체협의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정부에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내서 정부가 “일반 범죄자만 생각한 나머지 인류애적인 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시행령 철회를 강력 요청하였다. 여기에 한기총 같은 연합운동 단체와 기독교 법조인들도 함께 노력하였다.
이렇게 반발이 거세지자 외교통상부는 국위 손상자를 강력한 범죄와 경미한 범죄로 나눠 차등 처벌하겠다고 다시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 의하면 해당 국가와 선교사, 인권단체, 봉사단체들의 인류애적 활동으로 인한 마찰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내용에 대해 한국 기독교는 다시금 본격적으로 반대하였다. 이 새로운 입법 역시 선교 활동으로 인한 마찰을 범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교통상부는 이런 반대를 수용하여 여권법 시행령 개정을 포기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국 정부가 선교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VI. 평가: 이명박 정부 시대의 한국 정치와 종교
우리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부터 시작하여 한국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최근 현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우선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지듯 불교는 자신들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정치권에 자신들의 정책을 제시하였고, 정치권은 이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정책을 기반으로 정부의 불교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비해 기독교는 선거를 통해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였고, 정치권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지도 못하였다. 불교는 선거를 잘 활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킨 반면 기독교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였다.
불교는 이명박 정부 시대에 매우 중요한 정책들을 추진하였고, 대부분 성공하였다. 먼저 종교차별금지법과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만들어 소위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를 방어하고 있고,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보다 합법적으로 사찰이 공원입장료를 징수하게 됐으며, 전통사찰 보존 및 지원법을 개정해 사찰의 보존·수리와 각종 행사도 정부 지원을 받도록 만들고, 템플스테이 예산을 증액시켰고, 연등제를 주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이로서 이명박 정부 아래 불교는 어느 정권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종교차별금지법은 자유로운 선교를 위축시킬 염려가 있고, 새로 제정된 각종 법률은 이중, 삼중으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게 만들었다. 공원입장료, 사찰보존 및 수리지원, 템플스테이 지원, 연등제 지원 등 정부 지원이 막대하게 이루어져, 실질적으로 한국불교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된다.
여기에 비해 기독교가 제기한 문제들은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역사교과서와 과학교과서가 부분 개정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정부가 추진하던 동성애차별금지법, 여권법, 수쿠크법 등이 기독교의 반대에 부딪혀 잠시 주춤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울러 재개발지역 개척교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서 보듯 정부는 기독교 선교나 가치관과 충돌하는 정책을 실시하려 하며, 여기에 기독교계는 강력 반발하였다.
불교와 기독교가 제기한 과제들을 비교해 보면 불교는 관광사업 확장, 재산보호 관리, 축제 지원, 소위 타종교에 대한 종교편향 지원(?)과 같은 자신들의 구체적인 이익을 위해 정치권에 문제를 제기한 반면, 기독교는 역사, 교육, 선교 같은 보다 폭넓은 문제로 정부와 대립하였다. 불교는 문화를 고리로 적극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반면, 기독교는 여권법, 수쿠크법 등 선교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결국 불교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낸 반면, 기독교는 정부가 제기한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데 그치고 있다.
불교계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를 편향적으로 지원하고 불교를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서 이루어진 것을 보면 불교는 여러 숙원과제를 해결한 반면, 기독교는 숙원 과제인 학원 선교의 자유 같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