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이 만든 작은 사진기에 미국 코닥사의 흑백 필름을 넣어 어깨에 둘러메고
50년대 중반부터 조국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내가 카메라 라는 도구를 눈에 들이댔을때
망막을 통해 들어온 피사체는 다름아닌 상처입은 동족의 슬픈 얼굴이었다.
거리의 모퉁이에서 호옥..숨 한번 쉬고 국숫발을 빨아올리는 어떤 여자아이.
단지 살아남기위해 이중삼중 뼈 휘는 노동을 해야하는 여인,
조국의 변영을 말하는 선거벽보밑에서 막 잠이든가난뱅이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당장 먹을것도 없어
골목 어귀에 쪼그리고 앉아 그대로 죽고 싶을 따름인 가장.하루종일 일 나간 부모를 기다리다 해질녘 기어코 슬픔을 못 이겨 울음을터트리는 아이.자선을 바라는 눈 먼 걸인...조악한 식사..굵은 주름이 이마를 덮은 지친 노동자.. 이들의 슬픈 모습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나의 머리에 읽혀지고 또 가슴을 두드리는 멍으로 전해져 왔다. 사진작가 최민식.